올해 5월 정부는 2035년까지 청소년 자살률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2025년 청소년 자살 사망자는 396명이고, 정신과 진료를 받은 청소년은 43만 1천 명에 이른다.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 10대 자살률과 증가세는 최상위권이며, 청소년 삶의 만족도는 하위권이다. 정부의 조치는 무관심 속에 방치된 청소년 자살 문제가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방증이다.
정부가 제시한 대책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위기 청소년 감지 시스템 구축, 사회정서교육 강화 등이 담겼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청소년에게 정서 안정은 필수적이지만, 정부의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청소년 삶의 만족도를 낮추고 그들을 절망에 빠뜨리는 주범은 과도한 경쟁 체제이다. 근본적 원인을 도외시한 지엽적 정책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경쟁 교육도 나름의 장점이 있다. 학습 동기를 부여해 성취도를 향상하고, 적절한 긴장을 불어넣어 효율성을 높인다. 하지만 지금의 경쟁 교육은 모두를 피폐하게 만드는 비효율적인 제도이다. 경쟁은 불안을 부추겨 사교육을 부르고, 사교육은 선행학습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경쟁 교육은 입시에 종속되어 있기에 사고력 신장보다 정답 찾기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창의력과 상상력은 뒤로 밀려나고, 성적 경쟁에서 뒤처진 아이들은 낙오자로 전락한다.
경쟁 교육의 대안으로 ‘아레테 교육’을 제안한다. ‘아레테(Arete)’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고대 그리스 지성인이 강조한 가치이자 교육 방법이다. 이것은 ‘한 인간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탁월한 능력과 함께 도덕적 가치도 함의한다. 이들은 인간의 내면에 깃든 영웅성을 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들이 지향한 교육은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지닌 잠재력을 개발해 사회 발전에 기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잠재력을 개발하는 교육에는 동의하지만, 이런 교육이 우리 사회에 맞지 않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현실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이 고질병을 외면하면 어떻게 될까? 경쟁에서 패배한 청소년은 정서 불안에 시달리고 자존감을 상실할 것이며, 경쟁에서 승리한 청소년은 동료를 경쟁 상대로 인식하고 이기적인 태도를 키울 것이다. 특히 고소득층이 더 많은 교육 자원을 독점하면서 학벌과 지위가 대물림되는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 따라서 경쟁 교육은 청소년 문제를 넘어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이 문제는 사회 구조와 얽혀 있어서 해결책을 찾기가 어렵다. 경쟁 교육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를 변화시켜야 하므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가장 시급한 것은 교육 철학 수립, 교육 방향 전환에 대한 ‘사회적 숙의(熟議)’이다. 정부, 학교, 교육기관, 사회가 손을 잡고 공론의 장을 마련해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지속적인 대화와 토론을 통해 경쟁 교육이 초래할 사회 문제를 거시적 관점에서 점검하고, 청소년이 스스로 잠재력을 개발해 삶의 만족도를 높이도록 지원해야 한다.
기원전 4세기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이라는 책을 써서 아들 니코마코스에게 행복한 삶에 관해 조언했다. 이 철학자는 인생의 목적을 행복이라고 여겼기에 생활 속에서 ‘아레테’를 실현하려고 노력한 것이다. 이제 경쟁으로 향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행복한 삶을 가꾸어갈 길을 찾아보자. 청소년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나라를 만드는 것은 시대적 소명이다. 청소년의 행복 지수가 높아야 나라의 장래가 밝기 때문이다.

김종두 칼럼니스트
시인·인문학연구원 ‘가람숲’ 대표
(전) 심인고 수석교사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