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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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의 건강한 행복

30년, 한마디 인사가 만든 행복한 하루


어머니의 수술로 오랜만에 예전에 근무했던 병원을 찾았습니다. 간호대학을 졸업한 뒤 첫 직장으로 들어왔던 곳, 학교에서 배운 것과 실제 의료 현장이 달라 수많은 실수를 하며 신입 간호사 시절을 보냈던 곳입니다.

 

그러나 3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병원은 예전의 모습과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곳곳이 새롭게 단장되어 과거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고, 함께 근무했던 익숙한 얼굴들도 좀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병원 로비는 여느 때처럼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와 보호자, 바쁘게 오가는 의료진까지 모두가 저마다의 사정과 목적지를 향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편의점에 가기 위해 빠르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그때 뒤에서 들려온 한마디가 제 발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6층 신경외과.”

 

뒤를 돌아보는 순간, 우리는 거의 동시에 서로를 알아보았습니다. 신입 간호사 시절 같은 병동에서 근무했던 선배 간호사였습니다.

 

선배는 아직도 그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때로 엄격했지만, 누구보다 따뜻하게 후배들을 챙겨주던 분이었습니다. 구수한 사투리가 섞인 다정한 말투까지도 제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렀지만 선배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훤칠한 키와 환한 얼굴, 정감 있는 말투도 예전 그대로였습니다. 낯설게 변해버린 병원에서 오래전 인연을 다시 만났기 때문인지, 반가움은 생각보다 훨씬 컸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지난날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서툴고 실수 많았던 신입 시절을 떠올리며 함께 웃기도 했습니다. 연락처를 주고받고 다음 만남을 약속한 뒤, 저는 다시 어머니가 계신 병실로 돌아왔습니다.

 

그날은 하루 종일 마음 한쪽이 따뜻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을 텐데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준 것이 고마웠습니다. 수많은 후배를 만났을 선배가 30년 전 제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 뭉클하게 다가왔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라면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넬 수 있었을까?’

 

저도 길을 걷거나 어떤 장소에서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

반가운 마음이 들면서도 선뜻 다가가지 못한 때가 많았습니다.

 

‘혹시 나를 기억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나만 반가워하는 것은 아닐까?’

‘바쁜데 괜히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짧은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면, 결국 마음속으로만 인사를 건넨 채 모른 척 지나가곤 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 반가움을 느끼면서도 그 마음을 표현하지 못합니다. 상대가 기뻐할 가능성보다 불편해할 가능성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왜 우리는 상대가 반가워할 것이라는 기대보다 어색해하거나 부담스러워할 것이라는 걱정을 먼저 하는 것일까요?

 

심리학에서는 이를 ‘부정성 편향’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긍정적인 가능성보다 위험하거나 부정적인 가능성을 먼저 살피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갑게 맞아주겠지’라는 생각보다 ‘혹시 어색해지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먼저 떠오르는 것입니다. 위험을 피하려는 오래된 본능이 지금도 관계 속에서 작동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그날 선배가 먼저 건넨 인사 한마디는 제 하루를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 어쩌면 관계를 이어주는 것은 특별한 행동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반가운 마음을 숨기지 않고 한 걸음 먼저 다가가는 작은 용기일 것입니다.

 

다음에 그리운 얼굴을 우연히 마주친다면, 저는 생각을 조금 줄이고 먼저 인사를 건네보려 합니다.

 

“오랜만이에요.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마음속으로만 건넨 인사는 상대에게 닿지 않지만, 입 밖으로 꺼낸 짧은 한마디는 누군가의 하루를 오래도록 따뜻하게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영희 작가

 

· 대한적십자사 혈액원 간호사

· 혈액관리본부 직무교육강사

· 2025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 최경규의 행복학교 자문위원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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