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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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피아드 금메달’과 ‘수포자’의 서글픈 평행선

최근 우리 가슴을 뻥 뚫어주는 가슴 벅찬 뉴스들이 연이어 들려왔다. 2026년 국제올림피아드 무대에서 대한민국 고교생 대표단이 물리, 화학, 생물 분야를 가리지 않고 금빛 메달을 쓸어 담으며 K-영재 교육의 매운맛을 전 세계에 과시한 것이다. ​그뿐이랴. “수학 괴물들의 등장”을 헤드라인 뉴스로 전하기도 했다. 이는 한국 대표단의 국제물리올림피아드(IPhO)와 국제화학올림피아드(IChO), 국제생물올림피아드(IBO), 국제수학올림피아드서(IMO)에 출전한 우리 이공계 영재들은 전 세계 수백 명의 천재들과 겨루어 당당히 참가자 전원 금메달 내지 최상위권 싹쓸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첨단 기술 전쟁이 한창인 글로벌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미래 과학자들의 이 위대한 성과는 그야말로 국민적 자부심을 드높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 눈부신 성과 뒤편,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일반 교실로 시선을 돌리면, 서글픈 보편적인 현상에 마치 냉수 한 사발을 마신 듯 정신이 번쩍 듦을 피할 수 없다. 영재학교와 과학고의 몇몇 아이들이 세계 최고봉의 난제를 쓱쓱 풀어내는 동안, 일반 고등학교 교실에서는 수학 시험지 첫 장을 넘기기도 전에 연필을 놓아버리는 일명 ‘수포자(수학 포기자)’들이 밀물처럼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올림피아드 챔피언을 배출하는 나라와, 학년에 따라 고교생 절반 가까이가 수학의 기본 개념조차 포기하는 나라, 이 기묘하고도 서글픈 ‘두 개의 대한민국 교실’은 과연 언제까지 평행선을 달려야 할 것인가?

 

​교육부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발표한 기초학력 및 수능 채점 결과 분석에 따르면, 대한민국 고교생의 수학 영역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해마다 경신되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고교 3학년 학생 중 수능에서 수학을 사실상 포기하고 일렬로 번호를 찍는 학생의 비율이 40%를 넘나든다는 조사 결과는 이미 놀랍지도 않은 일상이 되었다. ​영재 교육의 성과는 세계 최정상급인데, 보편 교육의 밑바닥은 끝없이 무너져 내리는 이 극단적 양극화를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이를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한쪽에서는 초광속으로 우주선을 쏘아 올리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수레바퀴 고치는 법을 몰라 걸어가는 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아이는 미적분 근처에도 못 가봤는데, 저 집 아이는 물리학의 우주 정복 방정식을 풀었다네~” 하는 학부모들의 탄식은 단순한 부러움이 아닌, 한국 공교육 시스템이 가진 불균형에 대한 서글픈 자화상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는 저서 《재생산》에서 교육이 사회적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세습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영재 교육에만 엄청난 자원과 조명이 집중되고 일반 교실의 기초학력 해체는 상대적으로 방치된다면, 학교는 인재를 양성하는 요람이자 배움의 터전이 아니라 ‘학습 소외자를 대량 생산하는 공장’으로 변질될 위험에 처하게 됨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왜 보통의 아이들은 수학과 과학을 포기하게 되는 것일까? 이는 아이들의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다. 교육과정의 속도와 평가 방식이 아이들의 내면을 짓눌렀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중학 수학을 훑고, 중학생이 고교 미적분을 떼는 것이 당연시되는 ‘미친 선행학습 경쟁’ 속에서, 제 나이에 맞는 개념을 천천히 익힐 기회는 박탈당한다. 조금이라도 이해가 느리면 “너는 이미 늦었다”는 낙인이 찍히고 만다. 정답을 빠르게 맞히는 테크닉만 가르치고, 왜 그런 공식이 나왔는지 원리를 탐구할 여백(無)을 주지 않으니 아이들은 수학을 흥미로운 학문이 아닌 일종의 ‘고문’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노자(老子)는 《도덕경》 제48장에서 “배움은 날마다 채우는 것이고, 도를 행함은 날마다 비워내는 것이다(爲學日益 爲道日損)”라고 했다. ​진정한 수학·과학 교육은 공식과 문제 풀이 기술을 억지로 주입하는 과잉(過剩)의 교육이 되어서는 안 된다. 생각의 근육을 키울 수 있도록 문제의 단순한 채움에서 벗어나, 아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실패해 볼 수 있는 ‘여백의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올림피아드 금메달리스트들도 결국엔 과학의 오묘함에 재미를 느껴 깊이 파고든 아이들일 것이다. 즐거움이 빠진 자리에 의무감과 채찍질만 남아있으니 일반 아이들이 튕겨 나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영재들의 빛나는 성과를 축하하면서도, 교실 뒤편에 남겨진 아이들의 손을 다시 잡아끌 수 있는 획기적인 상생의 묘수는 무엇일까? 첫째, 수능·내신의 ‘킬러 문항’ 폐지와 ‘원리 탐구형 평가’로의 완전한 전환이 필요하다. ​아이들을 수포자로 몰아넣는 주범은 변별력이라는 명목으로 가고 있는 꼬이고 꼬인 황당한 계산 문제이다. 문제 풀이 기계를 가려내는 킬러 문항을 대폭 수술하고, 원리를 이해하면 누구나 풀 수 있는 ‘생각하는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일반 교실에서 공식을 못 외워도 논리적 사고 과정을 써 내려가면 점수를 주는 과정 중심 평가가 확대되어야 수포자의 그늘을 거두어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영재 교육의 성과를 일반 교실로 전이시키는 ‘K-에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착이다. ​국제올림피아드에서 입상한 영재들과 과학고 학생들이 가진 뛰어난 탐구 노하우와 교재, 실험 콘텐츠가 영재학교 담장 안에만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이들의 지적 자산을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전국 일반고에 개방하고, 영재 학생들이 일반고 또래들의 학습을 도와주는 ‘학생 대 학생(P2P) 멘토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위에서 아래로 물이 흘러 만물을 적시듯(상선약수), 영재 교육의 혜택이 공교육 전체로 스며들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셋째, ‘기초학력 HACCP(안전관리인증)’ 시스템을 통한 밀착형 회복 탄력성의 지원이다. ​식품 안전을 관리하듯, 학생들의 수학·과학 학습 결손을 초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전담 인력을 학교마다 배치해야 한다. 한 번 뒤처지면 영원히 포기하게 방치하는 현재의 방임형 교육을 끝내고, AI 기반의 맞춤형 단계를 제공하여 “아하, 나도 다시 시작하니 되네!”라는 성공의 경험을 널리 제공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빛낸 올림피아드 영재들의 금메달은 마땅히 찬사받아야 할 우리의 자랑이자 명예다. 하지만 진짜 선진국 교육은 단 몇 명의 천재가 쏘아 올린 화려한 폭죽 아래, 수많은 아이들이 어둠 속에서 낙담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소수의 영재는 세계 최정상으로 날아오르게 날개를 달아주되, 보통의 아이들에게는 수학과 과학이라는 학문의 아름다움을 조금이라도 느끼며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튼튼한 사다리를 놓아주어야 한다.

 

곳곳에서 ​금메달의 환호성이 들려오는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소외된 보통 아이들의 시험지를 따뜻하게 들여다보아야 할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다. 전국의 모든 교실에서 ‘올림피아드의 기적’과 ‘수학을 즐기는 보통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지기를 온 마음을 모아 소망하고 또 응원하고자 한다!

 


 

 

▲ 전재학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 인천과학고 외 7개교 영어교사
·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세원고 교감
· 인천 산곡남중 교장
· 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 주간교육신문, 교육연합신문 외 교육칼럼니스트 활동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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