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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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독배(毒杯)

완숙 토마토를 샀다. 빛깔도 좋고, 유기농 재배를 하였다고 하니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잔뜩 기대를 하고 먹어보니 아무런 맛이 없다. 고개를 갸웃하며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다음 날 다시 먹어보니 싱싱하고 맛이 좋다. 어제는 왜 맛이 없었을까? 하루 사이에 숙성이 되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제는 수박을 먹은 다음 토마토를 먹어서 그랬던가 보다.

 

단맛은 기분을 좋게 하며 느낌이 강하고 오래 남는다. 그래서 인류는 꿀을 좋아하고 설탕을 비롯한 각종 단맛을 찾으려는 노력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설탕은 묘한 놈이다. 뒤에 먹는 음식물의 맛을 아주 버려놓기도 하고 짠 음식도 감쪽같이 간을 맞춘다. 그래서 정치 지도자들은 곤란하고 불편한 일이 발생했을 때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설탕요법을 사용하곤 한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설탕이 소금을 중화시키는 것은 아니고 우리의 미각을 속일 뿐이다. 속상한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이 술이나 마약에서 위안을 얻고자 하지만 그것들이 근본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줄 알면서도 우리는 딸기를 먹을 때도 토마토를 먹을 때도 설탕을 찾는다. 그렇게 되면 과일의 새콤한 맛도 쌉쌀한 맛도 모두 달콤함 속에 감추어지고 우리는 사실 설탕의 달콤함만 맛보는 것이 된다.

 

달콤함에 혀만 속는 것은 아니다. 눈도 속고 귀도 속는다. 교언영색(巧言令色)이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논어(論語) 『학이편(學而篇)』에 나오는 말인데 사전적인 뜻은 '교묘한 말과 꾸민 얼굴빛' 이며 그 쓰임은 말을 번지르르하게 하고 그럴싸한 표정을 짓는 것을 가리키는 경우에 쓰인다. 설탕만 달콤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비위를 맞추고 아첨하는 말도 달콤하다. 달콤한 말을 싫어할 사람은 없겠지만 그것이 해로운 것은 듣는 이로 하여금 사리 분별을 할 수 없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인(先人)들은 ‘양약(良藥)과 충언(忠言)은 입에 쓰다’고 했으되 동서고금의 역사가 말해주듯 현명한 군주 곁에는 늘 충성스러운 신하가 있었고 몰락한 군주 곁에는 아첨하는 무리들이 둘러 진을 쳤다.

 

백제를 멸망시킨 의자왕의 곁에는 성충(成忠), 흥수(興首), 계백(階伯)과 같은 역대급의 충신들이 있었다. 그러나 교언영색하는 무리들에 둘러싸여 비운을 초치(招致)했고 오왕(五王) 부차에게는 문무(文武)를 겸비한 오자서(伍子胥)라는 불세출의 영웅이 있었으나 간신 백비(白砒)의 달콤한 비위 맞추기와 월왕(越王) 구천의 간계에 속아 오나라의 몰락과 운명을 같이하고 만다. 오월동주(吳越同舟), 와신상담(臥薪嘗膽), 절치부심(切齒腐心) 등의 숱한 고사를 남긴 채 어리석은 왕의 대명사로 역사 속에 부끄러운 이름을 자리하고 있다.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중국 대륙을 관류(貫流)하는 물줄기가 두 개 있으니 양자강(양쯔江)과 황하(黃河)가 그것들이다. 이 둘은 그 길이만도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흐름이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하나는 ‘江’이라 부르고 하나는 ‘河’라 부른다. 그 까닭은 江이라는 글자에 사용된 ‘工’은 곧음의 의미하고 河에 사용된 ‘可’는 굽음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하면 곧게 흐르는 것을 ‘양자江’이라 하였고, 굽어 흐르는 것을 ‘황河’라 하였다.

 

또 하나, 양자강은 사철 물이 맑으나 황하는 황토지대를 지나기 때문에 맑은 적이 없어서 백년하청(百年河淸)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황하가 맑아지기를 기다림은 부질없는 일이다.’라는 의미이니 기약 없는 기다림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정치지도자나 위인들을 평할 때 성품이 곧고 청렴한 인물을 ‘양자강형’ 인간이라 하고 늘 변절하고 음흉하여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을 ‘황하형’인간이라 부른다고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두 가지는 겉과 속이 다른 이를 구별해 내는 안목과 나 자신이 누군가를 헤치는 설탕과 같은 존재가 아닌가를 성찰하는 노력이다.

 


 

 

▲ 최홍석 칼럼니스트

 

최홍석

전남대학교 국문과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석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서울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교감 및 교장 정년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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