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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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월산초 이동준 교장 “AI 시대일수록 읽고 쓰며 생각하는 힘 길러야”

군정에서 문민으로 전환되던 시기부터 학교 혁신 고민…34년 교직 경험에 교육철학 담아
‘북돋움실천학교’ 직접 운영하며 독서·글쓰기 실천…교육과정과 연결된 체험학습 강조
문화예술교육과 교육공동체 회복 통해 ‘가슴이 따뜻한 민주 시민’ 육성

이동준 남양주월산초등학교 교장이 교직에 첫발을 내디딘 1990년대 초반은 우리 사회가 군사정권의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문민정부로 이행하던 시기였다. 민주주의에 대한 사회적 열망은 학교 현장에도 스며들었다. 지시와 통제, 획일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교사의 자율성과 학생의 주체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경인교육대학교 88학번인 이 교장은 그러한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교사로 약 24년간 학생들을 가르쳤고, 이후 장학사와 교감을 거쳐 교장이 됐다. 교실에서 수업하고, 교육청에서 정책과 학교 현장을 연결하며, 학교 운영을 책임지기까지 그의 교직 경력은 약 34년에 이른다.

 

시대와 역할은 달라졌지만 이 교장이 놓지 않은 질문은 한결같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며,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하는가 하는 물음이다.

 

그가 내린 답은 ‘가슴이 따뜻한 민주 시민’이다.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하면서도 다른 사람과 생명을 존중하고, 힘이 약한 사람을 살필 줄 아는 사람이다.

 

이 교장은 “아이들이 어른이 돼 살아갈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 더 따뜻했으면 좋겠다”며 “힘이 있는 사람이 힘이 약한 사람을 보듬고,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시대가 변해도 교육의 출발은 ‘사유하는 힘’

 

1990년대의 과제가 학교의 민주화와 자율성이었다면, 오늘의 학교는 디지털과 인공지능이라는 또 다른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이 교장도 AI로 대표되는 시대적 흐름을 학교가 외면할 수 없다고 본다. 다만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미래교육의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학생이 정보를 이해하고 판단하며,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교육적으로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AI 시대일수록 제대로 읽고 쓰는 능력과 인문학적 통찰, 사람과 세상을 직접 만나는 경험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교장은 “AI가 발전하고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도 아날로그 기반이 탄탄해야 한다”며 “특히 유아와 초등학생 단계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무분별하게 도입하기보다 학생의 발달 수준에 맞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아날로그의 가치는 디지털을 거부하거나 과거의 교육으로 돌아가자는 뜻이 아니다. 책을 천천히 읽고, 손으로 글을 쓰고,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며 대화하고, 실제 현장에서 보고 느끼는 과정을 충분히 경험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기초 위에서야 학생들이 AI가 제공하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읽고 쓰며 ‘자기 생각을 가진 시민’으로

 

이 교장이 남양주월산초 교육의 중심에 독서와 글쓰기를 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책을 읽고 다양한 삶을 간접 경험하며, 자신이 느끼고 생각한 것을 글로 표현하는 과정이 사고력과 시민성을 함께 기르는 가장 기본적인 교육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사유할 수 있어야 자기만의 생각을 가진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사유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고 경험해야 하며, 그 경험을 자기 것으로 소화해 글로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독서와 글쓰기 교육은 특정 학년의 행사나 일회성 프로그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생의 발달 단계에 따라 읽기와 쓰기가 체계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책의 내용을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질문을 만들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 자신의 언어로 다시 표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교육철학은 경기도교육청의 ‘북돋움실천학교’ 운영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이 교장은 학교 구성원에게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과 직접 책을 읽고 토론한다.

인터뷰 당시에는 희망 학생 10명과 격주 수요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만나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생각을 나누고 있었다. 처음에는 13명의 학생이 참여를 신청했고, 이후 10명이 꾸준히 활동을 이어갔다. 교장이 직접 학생들과 책을 읽는 것은 독서교육이 학교의 여러 사업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교육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는 그의 의지를 보여준다.

 

▶ 책에서 생긴 질문, 역사 현장에서 다시 만나다

 

남양주월산초의 독서교육은 책을 읽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학생들은 역사소설과 독립운동 관련 도서를 읽은 뒤, 책 속 인물과 사건을 만날 수 있는 서울의 역사 현장을 찾았다. 관련 인사를 학교로 초청해 이야기를 듣고 질문을 나누는 자리도 마련했다.

책에서 얻은 지식이 현장 경험과 사람과의 만남으로 이어지고, 다시 글쓰기와 토론으로 확장되는 구조다. 이 교장은 체험학습에서 중요한 것은 장소의 유명세나 활동의 화려함이 아니라 교육과정과의 연결성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교실에서 책을 읽고, 그 책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관련된 장소를 찾아가야 한다”며 “체험학습에는 이를 기획하는 사람의 의도와 생각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체험학습을 다녀오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학생들이 왜 그곳에 가는지, 무엇을 보고 어떤 질문을 품어야 하는지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독서와 글쓰기, 체험학습은 각각 분리된 프로그램이 아니라 학생의 생각을 깊게 만드는 하나의 교육과정이다.

 

교사가 직접 설계해야 살아 있는 교육과정

 

이 교장이 독서·글쓰기 교육과 함께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교사의 교육과정 기획 역량이다. 교과서의 순서에 따라 진도를 나가거나 외부에서 제공한 프로그램을 그대로 운영하는 것만으로는 학생과 학교의 삶이 담긴 교육을 만들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교장은 “교사가 자신의 교육과정을 기획하지 않으면 교과서에 따라 진도를 나가는 수업에 머물 수 있다”며 “교사 개인의 교육철학과 학교가 위치한 지역의 특수성, 시대에 필요한 가치가 교육과정에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 강사와 전문기관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학교가 교육의 방향과 목표를 먼저 세워야 한다는 것이 그의 원칙이다. 외부 프로그램은 교육과정을 대신하는 상품이 아니라, 학교가 세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자원으로 활용돼야 한다.

 

이는 이 교장이 교직을 시작한 1990년대부터 품어온 학교 혁신의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시대가 요구하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학교가 아니라, 교사가 교육의 주체로서 학생과 지역의 특성을 살피고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학생도 수업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질문하고 판단하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

 

▶ 교사와 학부모는 아이를 중심으로 ‘같은 편’

 

교육공동체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도 이 교장이 풀어가고 싶은 중요한 과제다. 학교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 만들어 가는 공동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구성원 사이에 보이지 않는 장벽과 불신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학부모가 학교를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만 바라보거나,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를 경계하는 관계에서는 학생의 성장을 위한 진솔한 협력이 어렵다. 이 교장은 서로의 역할은 다르더라도 아이를 잘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만큼은 같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교사와 학부모는 아이를 매개로 같은 편이 돼야 한다”며 “학생에게 문제가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가 먼저 교육의 방향을 분명하게 설명하고, 학부모의 의견을 들으며, 학생을 중심에 놓고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 함께 읽고, 쓰고, 노래하는 학교

 

문화예술교육은 이 교장의 교육철학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축이다. 독서와 글쓰기가 학생의 생각을 깊게 한다면, 예술은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고 함께 어울리는 힘을 길러준다.

 

 

남양주월산초는 경기도교육청의 문화예술 관련 사업을 통해 합창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방학과 2학기에 걸쳐 학생 참여 활동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 교장은 이를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고 학교 합창부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악기 구입과 운영비 부담이 큰 오케스트라와 달리 합창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비교적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교육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상대의 소리를 들으며 하나의 화음을 이루는 합창은 공동체 교육의 의미와도 맞닿아 있다.

 

 

이동준 교장이 그리는 남양주월산초의 모습은 거창하거나 화려하지 않다. 학생들이 책을 읽고 생각하며, 자신의 언어로 글을 쓰고, 배움을 실제 삶의 현장에서 확인하는 학교다. 교사와 학부모가 아이를 중심으로 같은 편이 되고, 학생들이 함께 노래하며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학교다.

 

군정에서 문민으로 전환되던 시기에 학교의 민주화와 혁신을 고민했던 젊은 교사는 이제 AI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의 교육을 고민하는 교장이 됐다. 기술과 환경은 크게 달라졌지만 그가 교육에서 지키고자 하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자기 생각을 가지되 타인을 존중하고,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되 인간과 삶에 대한 통찰을 잃지 않는 사람을 길러내는 일이다.

 

이 교장은 “남양주월산초 교장으로 취임한 지 아직 1년가량인 만큼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며 “독서와 글쓰기, 문화예술교육을 중심으로 학교 구성원들과 함께 교육과정의 방향을 조금씩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AI가 빠르게 세상을 바꾸는 시대일수록 교육은 사람을 더 깊이 바라봐야 한다. 이동준 교장이 독서와 글쓰기, 인문학과 아날로그 경험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가 바라는 미래교육의 중심에는 기술보다 먼저, 생각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을 따뜻하게 품을 줄 아는 민주 시민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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