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명의 학생들을 데리고 미국 동부를 여행하고 있을 때 날마다 전쟁도 그런 전쟁이 없었다. 인천공항에서부터 벌써 여권, 비자를 비롯하여 지갑 신발 휴대폰 등 각종 물건을 잃어먹기 시작하더니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공항에서 가방을 바꿔와 공항은 공항대로 여행사는 여행사대로 본인은 본인대로 홍역을 치렀다. 호텔에서는 컵라면에 물을 붓지 않아 전자레인지를 태워 먹기도 하였고 어느 날은 달리는 버스 속에 기다란 갈색 뱀이 통로를 따라 기어 나와 기겁을 하였더니 뒤쪽에서 엎지른 콜라가 통로를 따라 흘러오는 것이었다.
아무튼 이런저런 사고로 잠시도 편한 순간이 없었다. 아이들은 프라이팬 위의 콩처럼 튀었다. 주의도 당부도 호통도 아무 효험이 없었다. 우리는 버스 두 대로 움직이고 있었는데 한 번은 2호 자가 문제가 있어 점심이 늦었고 기다림에 지친 1호차는 하는 수 없이 점심을 먼저 먹고 다음 행선지로 먼저 출발을 했다. 한참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한 아이가 식당에 휴대폰을 두고 왔단다. 난감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한국과 달리 아무데서나 차를 돌릴 수도 없고 더구나 고속도로에서는 대책이 없었다. 그러나 뒤늦게 도착한 2호차 덕분에 되돌아가는 문제는 없었다. 다행히도 2호차가 우리가 떠난 다음 바로 도착해 우리가 앉았던 테이블에 앉았던 것이다. 사고가 사고를 수습하기도 한다면서 우리는 가슴을 쓸었다.
아무튼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한 아이가 기념품으로 산 모형 권총이 보안 검색 카메라에 찍히는 바람에 짐 가방은 잠금장치가 돼 있었고 수하물을 확인하느라 오래 지체하기까지 작동하는 세탁기 속에 속에서 지낸 것 같은 8박 10일의 여행이었지만 깨달은 것도 많은 여행이었다.
지인 한 분이 필리핀 휴가 중에 겪었던 일을 말하던 생각이 났다. 수영도 못하던 사람이 바다에 들어갔다가 조류에 휩쓸려 해안에서 멀어지는데 설상가상 집채만 한 파도가 몰려왔고 그는 ‘이제 죽는구나!’ 생각했단다. 그런데 그 파도가 자신을 해안에 내던졌고 그 덕분에 살아왔단다. 살다보면 ‘지금도 버거운데 더 큰 문제라니!’ 하고 좌절하는 때가 있다. 그러나 극복하기 어려운 크기로 다가오는 문제가 해결의 돌파구일 수도 있다.
학생 사안이 발생해 학교가 시끄러웠다. 사소한 주먹다짐이었지만 피해자 부모가 도무지 합의를 않겠다는 바람에 대화는 막히고 막막하기만 했다. 그런데 이틀 뒤 그 아이가 연루된 또 다른 사건이 발생했다. 기가 막혔다. 앞 선 문제도 해결이 안 되는데 어쩌자고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한다는 말인가? 그러나 이번 사건은 피해 학생이 가해자가 된 사건이었고 자기 아이가 가해자가 되자 그렇게 강하게 주장을 하던 부모는 쥐죽은 듯 잠잠해졌다. 사건이 하나도 힘든데 두 개나 발생하느냐고 낙심을 했지만 두 번째 사건은 첫 번째를 수습하기 위한 것이었나 보다.
마치 이런 이치라고나 할까. 종종 그런 일이 있다. 매우 세력이 큰 강력한 태풍이 발생을 했고 기상청 발표에 따라 초긴장을 하고 있을 때 그에 못지않은 다른 태풍이 잇따라 발생을 하고 그 영향권 안에 들 것이라고 예상되는 나라들이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두 개의 태풍이 서로의 힘을 상쇄시켜 오히려 피해를 줄이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한다. 감기로 열이 펄펄 끓고 있을 때 벨라도나(belladonna)를 쓴다. 벨라도나는 가짓과에 속하는 여러 해 살이 식물로 독성이 있고 열을 나게 하는 식물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벨라도나의 열이 감기의 열을 내리게 한다, 칼에 베인 상처에 고춧가루가 진통효과가 있다는데 선뜻 동의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사실이란다. 오늘 내가 인생의 감기로 펄펄 끓고 있을 때 손닿는 곳에 벨라도나 같은 해열제가 있을 것이다.

▲ 최홍석 칼럼니스트
최홍석
전남대학교 국문과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석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서울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교감 및 교장 정년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