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4 (목)

교육감 선거, 아이들 앞에서 싸움 구경시키는 어른들

오는 6월 3일, 교육감 선거를 1주일도 채 앞두고 있지 않다. 전국적으로 58명의 후보가 등록했다. 그중 수도 서울만 무려 8명이다. 그런데 선거일 막바지에 이르러 정작 시민들이 기억하는 건 교육철학이나 미래교육 비전이 아니라 “누가 누구를 고소했다더라”, “단일화가 깨졌다더라”, “보수 후보끼리 싸운다”, “진보 후보끼리도 난리다” 같은 이야기들이 압도적이다. 아이들에게는 정작 학교폭력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면서, 어른들은 교육감 자리를 두고 문자 폭탄과 고소·고발 릴레이를 벌이고 있으니, 학생들 입장에서는 “선생님, 이게 수행평가 예시입니까?”라고 물을 판이다.

 

주지하는 것처럼 교육감 선거는 원래 교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2007년 지방교육자치법 개정 이후 주민 직선제로 바뀌었다. 취지는 좋았다. 교육을 정당 정치로부터 독립시키고 주민이 직접 교육 수장을 뽑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정당 없는 정당 선거”가 되어버렸다.

 

실제로 대부분의 유권자는 후보를 잘 모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사에서도 교육감 후보 인지도가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보다 현저히 낮게 나타난 바 있다. 실제로 교육감 보궐선거 참여율에서는 20% 정도 대에 그친 바 있다. 유권자들은 “진보냐 보수냐”라는 색깔만 보고 투표하게 된다. 문제는 교육감 선거에 정당 표기가 금지되어 있다는 점이다. 정당은 없는데 정당 싸움은 더 치열하다. 마치 “콜라는 안 팔지만 탄산음료는 있습니다”라는 편의점 안내문 같다.

 

또 다른 문제는 과도한 후보 난립이다.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처럼 후보가 8명이나 나오면 표가 분산된다. 결국 20~30% 득표만으로도 당선이 가능하다는 예측이 나온다. 시민 10명 중 7명이 선택하지 않은 사람이 서울 교육을 책임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반장 선거도 과반수 못 넘으면 다시 하는데, 교육감은 왜 그냥 끝나나?”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건 단일화 과정이다. 정책 토론은 사라지고 여론조사 방식, 경선 룰, 후보 사퇴 압박만 남는다. 교육 비전 경쟁이 아니라 정치공학 게임이 되어버린 것이다. 교육감 후보 토론회를 보면 관심이 큰 AI 교육, 기초학력, 교권 회복보다 “누가 사퇴해야 하느냐”가 더 큰 뉴스가 된다. 학생들이 보면 아마 “아, 교육감이 되려면 교육학보다 생존게임 능력이 더 중요하구나”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품고 있는 교육감 선거를 이대로 두고 볼 것인가? 요즘 깨어있는 의견의 대세는 아닌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꿔야 할 것인가? 첫째,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처럼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 후보가 다시 경쟁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최소한 다수 시민의 동의를 받은 교육감이 탄생할 수 있다. 현재처럼 “어부지리 당선” 논란도 줄어든다. 실제로 지방선거에서도 결선투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둘째, 교육감 후보의 정책 검증을 의무화해야 한다. 현재 토론회는 형식에 그치고 있다. 시민들은 후보 공약집을 읽지 않는다. 1년에 책 한 권 읽지 않는 국민이 태반이다. 살기가 너무 벅차기 때문이다. 차라리 “교육감 넷플릭스”를 만들어 10분짜리 핵심 정책 영상을 의무 공개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핀란드와 캐나다 일부 지역은 교육행정 책임자의 정책 설명과 주민 참여 토론이 활발하다. 우리도 “누가 더 상대를 욕했는가”보다 “누가 학교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교육감 선거와 교육정책을 분리해 시민 참여형 교육위원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 명의 스타 교육감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면 선거가 지나치게 정치화된다. 교사·학부모·학생·지역 전문가가 함께 결정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교육은 원래 합창이어야지 독창 경연대회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넷째, 후보 자격 기준도 강화해야 한다. 현재는 일정 요건만 갖추면 출마가 가능하다. 그러나 최소한의 교육행정 경험이나 학교 현장 경험 검증은 필요하다. 병원 원장을 뽑는데 의술보다 싸움 실력을 보는 나라는 없다. 교육감도 마찬가지다. 아니 더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 교육감은 엄청난 예산과 수많은 인사권을 주무르는 한 지역의 교육을 책임지는 수장이라는 매우 중요한 직책이 아닌가?

 

이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유권자의 관심을 한층 더 고조시켜야 한다. 사실 교육감은 학생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자리다. 교권 회복, AI 교육, 입시 개편, 기초학력 문제 모두 교육감 정책과 연결된다. 그런데 우리는 투표 당일에야 “그 사람이 누구였더라?” 하고 검색하는 정도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면서 선거는 5분 검색으로 끝내는 셈이다.

 

아이들은 어른의 뒷모습을 보고 배운다. 교육감 선거가 고소·고발과 비방전으로 얼룩진다면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칠 자격도 약해진다. 교실에서는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라”고 말하면서, 선거판에서는 “일단 상대를 고발하고 보자”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교육적이지 않다.

 

이제 교육감 선거는 바뀌어야 한다. 교육을 정치의 하청업체로 만들지 않으려면, 선거제도부터 교육답게 바꿔야 한다. 아이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선거, 최소한 학생들이 뉴스 보고 이렇게 말하게는 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선생님, 교육감 선거도 생활기록부에 기록됩니까?”

 

 

 

▲ 전재학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 인천과학고 외 7개교 영어교사
·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세원고 교감
· 인천 산곡남중 교장
· 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 주간교육신문, 교육연합신문 외 교육칼럼니스트 활동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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