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8 (월)

어떤 직업을 택하든

읽기·쓰기·말하기, 평생 가는 세 가지 습관

진로 상담을 하다 보면 받는 질문이 있다. "어떤 직업이 유망한가요?" 나는 그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한다. 10년 뒤에도 살아남을 직업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직업의 지형은 너무 빠르게 바뀐다.

 

그래서 나는 질문을 바꾼다. 어떤 직업을 택하든 변하지 않는 토대는 무엇인가. 내 대답은 세 가지다. 읽기, 쓰기, 말하기. 이 셋은 재능이 아니라 습관이다.

 

읽기는 생각의 재료를 만든다. 책을 읽다 보면 내가 막연히 느끼던 것을 누군가 이미 문장으로 정리해 둔 것을 만난다. 그 문장을 빌려 내 생각을 비춰볼 수 있다. 읽지 않으면 생각의 재료가 늘 부족하다. 나는 마흔 전까지 책과 담을 쌓고 살았다. 학창 시절 교과서와 전공서를 제외하면 읽은 책이 열 권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다 마흔에 우연히 집어 든 책 한 권이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그 한 권이 다음 한 권을 불렀고, 생각의 폭이 달라지자 삶의 방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만 읽기는 습관이 될 때 비로소 힘을 낸다. 처음엔 한 권을 끝까지 읽는 것도 버거웠다. 하지만 한 달, 두 달 이어가자 시키지 않아도 손이 책으로 갔다. 습관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쓰기는 생각을 내 것으로 만든다. 머릿속 생각은 흐릿하고 금방 휘발된다. 글로 적어야 또렷해지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 나는 번아웃을 겪던 시절, 아무런 준비 없이 블로그를 열었다. 처음 올린 글은 지금 보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하지만 그 부끄러운 글이 없었다면 네 권의 책도, 이 칼럼도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글은 머릿속에서 다 정리하고 나서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쓰는 걸 어려워 한다. 순서가 거꾸로다. 쓰면서 정리된다. 작가 강원국은 〈강원국의 글쓰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글 잘 쓰는 비결을 말하라면 나는 '3습'을 꼽는다. 학습, 연습, 습관이다." 쓰기도 결국 습관이다.

 

말하기는 흔히 타고난 재능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말하기야말로 기술이고 습관이다. 워런 버핏조차 젊은 시절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을 극도로 두려워했다. 데일 카네기의 말하기 강좌를 듣고 훈련을 거듭한 끝에 달라졌고, 훗날 그 강좌를 자신이 받은 가장 중요한 학위였다고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첫 북토크가 잡힌 날, 새벽 5시에 일어나 기차를 타고 충주로 향하면서 스스로에게 말했다. "잘하려는 마음은 긴장하게 만드니 도움을 주려는 마음으로 하고 오자." 그날 이후 강연할 때마다 이 마음을 품는다. 말하기는 그렇게 한 번, 두 번 경험을 쌓으며 습관이 된다. 한편 말은 글과 달리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한다. 말하기 습관은 말의 양이 아니라 말의 질을 기르는 일이다.

 

이 셋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읽어야 쓸 재료가 생기고, 써야 생각이 또렷해지고, 말해야 그 생각이 살아 움직인다. 나는 책을 읽고, 읽은 것을 글과 책으로 쓰고, 쓴 내용을 강연에서 말하고, 강연에서 받은 질문이 다시 읽기의 방향을 잡아준다. 이 순환 속에서 사고가 정리되고, 마음이 다스려지고, 삶이 설계되었다. 수의사에서 작가로, 작가에서 강연가로. 읽고 쓰고 말하는 습관이 나를 이끈 궤적이다.

 

직업은 바뀐다. 그러나 읽고 쓰고 말하는 사람은 어떤 자리에 가도 자기 몫을 한다. 오늘 우리 아이에게, 학생에게 물려줄 가장 확실한 진로 교육은 바로 이 세 가지 습관이 아닐까.

 

당신의 아이는, 당신의 학생은 오늘 무엇을 읽고, 무엇을 쓰고, 어떤 말을 했는가.

읽고 쓰고 말하는 습관이 곧 진로다.


 


그로쓰 퍼실리테이터 박근필

 

[주요경력]

· 수의사
· 작가, 칼럼니스트, 커리어 스토리텔러
· 박근필성장연구소 소장

· 청소년 진로 직업 특강 외 다수 출강
· 데일리벳 외 다수 매체 칼럼 연재

 

[저서]
· 할퀴고 물려도 나는 수의사니까 (2023)
· 나는 매일 두 번 출근합니다 (2024)
· 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2025)
· 방구석에서 혼자 읽는 직업 토크쇼 (2025, 공저)


[참고 링크]

부산 시청 주최 공무원 대상 특강

김해 청소년 진로 멘토링

인천 계양중학교 강연

저자 인터뷰 방송 출연_ONN닥터tv <이 책을 쓴 사람>

진로·커리어 강연 영상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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