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인연
누군가에게 기억 남을만한 시간을 선물했다는 일은 참 행복합니다.
환경이 같지 않고, 나이도 같지 않지만
모든 일은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과거의 순간이 미래가 될 줄 몰랐습니다.
“선생님!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합니다.”
그녀가 말했습니다.
18년 전 제 수업을 들으셨던 분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아는 게 너무 없는데...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까요? 선생님 ”
가만히 생각해봅니다.
세상 사람들은 자신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지 않고, 정말 무엇을 모르는지조차도 모릅니다. 그리고 무지(無知)를 언급할 용기조차 없는 사람들로 가득한 공간에서 배움에 목마른 그녀의 한 마디에 저는 그녀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녀와 함께했던 기억 속 어느 날,
교실 맨 앞자리에 앉아, 많은 질문을 했던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공부에 대한 열망과 갈증이 가득 차 있던 그녀는 수업 후에도 많은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선생님! 이럴 때는 이런 답이 왜 나오는 거죠?”
“이 문장의 해석이 너무 어려운데 어떻게 해야 하죠?”
수업 중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을 질문하던 그녀에게 늘 감탄했었고, 저는 열정을 다해 그 의문들 조금씩 풀어주려고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세월은 많이 지났지만, 오래전 기억을 함께 나눈 그 인연은 우리를 다시 만나게 했습니다. 같은 과목, 비슷한 수업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결을 잘 아는 그녀였기에 새로움에 도전하고자 저의 새로운 수업을 듣습니다.
쉬는 시간, “선생님, 오늘도 배운 것이 저에게는 너무 어려워요”라는 낮은 목소리로 건넵니다. 그녀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기에 저는 미소와 함께 답해봅니다.
“오늘 어려웠던 부분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이해되리라 봐요. 조금씩 어려운 과제도 잘 해결하실 가실 거라 믿어요.”
저는 그녀에게 인생의 열정을 배웠습니다.
그녀는 저에게 새로운 지식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지식의 깊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인생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18년이 지난 오늘, 그녀는 다시 제 앞에 앉아 삶을 향한 또 다른 질문을 건넵니다. 그리고 세월은 그녀와 저에게 삶의 교집합을 만들어주었습니다.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는 인생
제자와 스승의 인연은 서로의 역할을 바꿔보기도 하고, 삶을 재조명하며 이끌어 가기도 합니다.
과거에서 이어지는 동그라미 인연 공식 법
우연이 인연이 되고, 그 인연이 우연으로 다시 만나 살아갈 힘이 된다는 것을, 오늘도 배워갑니다.

백상희 칼럼니스트
· 96.3 mhz sone FM 진행/ 구성작가
· 2026년 대한민국 진심교육대상 수상
· 최경규의 행복학교 정회원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