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9 (화)

‘수능 납치’와 이의 ‘구제책’에 대한 혁신적인 고찰

우리의 현행 대학 입시 제도–수시와 정시 전형-는 수험생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이 있으나 역설적으로 불리한 측면을 고착화시킨 것도 사실이다. 매년 입시 철만 되면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수능 납치를 당했다”는 탄식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이는 수능에서 예상보다 훨씬 높은 성적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합격해 버린 수시 전형 때문에 정시 지원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 중앙대학교가 제시한 ‘수능 최저학력기준 미달자 외 포기권 부여’ 혹은 ‘수시 합격자 정시 이월 허용’ 성격의 구제책은 수험생의 선택권을 존중하려는 진일보한 시도였다. 그러나 교육부는 ‘대입 3년 예고제’와 ‘입시 질서의 근간’을 이유로 이를 불허했다. 교육부의 입장은 명확하다. 특정 대학의 예외 인정이 입시 생태계 전체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인 것이다.

 

하지만 수험생의 행복 추구권과 대학의 인재 선발 자율권이 ‘행정적 편의’에 막혀 있다는 비판 또한 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교착 상태를 타개하고 수험생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합리적인 대안은 무엇인가?

 

중앙대의 제안이 거부된 핵심 이유는 첫째, ‘예측 가능성’과 ‘연쇄 이동’ 때문이다. 이는 입시 안정성을 파괴하게 된다. 특정 수시 합격자가 등록을 포기하고 정시로 나갈 경우, 그 빈자리를 채우는 추가 합격 절차가 복잡해지며, 이는 결국 입시 일정 전체의 지연을 초래하게 된다.

 

둘째, 대학 서열화 고착화에 의한 것이다. 상위권 대학들이 수시 합격자에게 ‘정시 행 티켓’을 줄 경우, 중하위권 대학은 수시에서 선발한 인원을 대거 놓치는 ‘인력 손실’ 사태를 겪게 된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중앙대의 안을 그대로 강행하는 것은 법적, 제도적 장벽이 높다. 따라서 우리는 시스템 전체를 흔들지 않으면서도 수험생의 ‘전략적 후회’를 최소화할 획기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중앙대의 시도가 좌절된 상황에서, 수험생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대안은 전형 설계의 유연성에 있다. 이를 간략하게 정리해 보자면 ①‘수능 후 고사’ 전형의 전면 배치이다. 가장 즉각적인 대안은 논술이나 면접 등 대학별 고사를 수능 성적 발표 이후에 실시하는 것이다. 이는 메커니즘 측면에서 수험생이 수능 가채점 결과가 좋다면 대학별 고사에 응시하지 않음으로써 자발적으로 수시 탈락(미응시)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효과는 이는 현행법을 어기지 않으면서도 수험생에게 사실상의 ‘선택권’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중앙대 등 주요 대학이 모든 수시 전형의 대학별 고사를 수능 이후로 배치한다면, 그것이 곧 가장 합리적인 구제책이 될 것이다.

 

②‘수능 최저기준’의 전략적 고도화(사례: 고려대 및 연세대 사례 참조)다. 과거 고려대학교나 일부 상위권 대학들이 운영했던 방식처럼,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단순히 ‘등급 컷’이 아닌 ‘정시 전형과의 연동형’으로 설계하는 방안이다. 이의 사례로는 2020학년도 이전 일부 대학에서 실시한 ‘수능 최저 기준 강화’는 역설적으로 수능 고득점자들에게 수시가 ‘안전판’ 역할을 하게 했다.(베리타스알파, “수능 이후 면접/논술의 힘... ‘수능 납치’ 방지하는 전략적 설계”)

 

③‘예비 합격자 이월 시스템’의 디지털화 및 가속화이다. 교육부의 불허 사유가 ‘행정적 혼란’이라면, 이를 AI와 블록체인 기반의 실시간 등록 포기 및 충원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있다. 수시 합격자가 정시 지원을 희망할 경우, 일정 수수료나 패널티(차기 연도 지원 제한 등은 제외하되 예치금 반환 시점 조정 등)를 감수하고 즉각적으로 합격권을 차순위에게 넘기는 ‘스마트 이월 시스템’ 도입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해외 대학의 시스템은 어떤가? 이들을 살펴보면 우리 입시 제도의 경직성이 더욱 도드라짐을 알 수 있다. 영국의 UCAS 시스템을 보자. 영국의 대입 지원 시스템인 UCAS는 ‘Adjustment(성적 상향 조정)’ 기간을 두고 있다. 수험생이 예상보다 높은 시험(A-Level) 결과를 얻었을 경우, 이미 합격한 대학보다 더 높은 수준의 대학에 지원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공식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의 경우를 보면 절대평가 중심의 자격시험 이후 대학 선택권이 폭넓게 보장되고 있다.

 

중앙대의 제안은 영국의 ‘Adjustment’ 개념을 한국형 수시 전형에 도입하려 했던 혁신적 시도로 평가받아야 한다. 교육부가 이를 거절했다면, 대학은 전형 설계의 묘를 살려 ‘수능 후 응시 선택형 전형’을 9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응수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교육 행정의 편의성이 수험생의 인생을 결정짓는 선택권보다 우선될 수는 없다. 중앙대의 구제책이 당장 실현되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첫째, 대학별 고사의 100% 수능 후 실시이다. 이는 ‘수능 납치’를 원천 봉쇄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둘째, 수시/정시 통합 운영에 대한 사회적 합의이다. 중장기적으로 수시와 정시의 벽을 허물고 통합 선발하는 방향(예, 통합 12월 선발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셋째, 학생의 선택권 보장이다. 입시 제도는 대학이 학생을 ‘선점’하는 도구가 아니라, 학생이 자신의 역량에 맞는 교육 기관을 ‘찾아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모처럼 대학에서 수험생의 고민을 해결해 주려는 중앙대의 용기 있는 제안은 비록 멈춰 섰지만, 이는 우리 교육계에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 이제는 교육부와 대학이 머리를 맞대고, 수험생을 ‘납치’하는 제도가 아닌 진정으로 ‘구조’하고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뤄내야 할 때라 믿는다.

 

 

 

▲ 전재학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 인천과학고 외 7개교 영어교사
·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세원고 교감
· 인천 산곡남중 교장
· 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 주간교육신문, 교육연합신문 외 교육칼럼니스트 활동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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