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투맘의 제2의 인생극장

  • 등록 2025.10.23 15: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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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그림자인 괴로움


“엄마….”

오랫동안 기다려 온 소풍날, 갑작스레 내리는 소나기로 갈 수 없음을 안 초등학생처럼 딸아이가 나에게 터덜터덜 걸어온다.

‘뭔가 또 일이 생겼나 본데, 이번엔 무슨 일일까?’

 

“나… 왼쪽 눈 아래에 또 다래끼가 난 것 같아. 나이가 들었는데도 왜 아직도 다래끼가 자꾸 나는 걸까? 너무 속상해.”

이제 겨우 초등학교를 졸업한 딸지만, 나이가 들면 괜찮아질 거라 말했던 엄마의 말을 오롯이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한편으로 귀엽기도 한 말이지만, 어쩐지 말 속에 숨어 있는 속상함이 느껴져 말없이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엄마인 나보다도 훌쩍 더 커버린 아이, 이제는 내가 안아준다는 느낌보다는 자신이 폭신한 곰 인형 안듯 엄마를 안는다.

딸의 말처럼 이렇게나 컸는데 왜 아직도 계속 도돌이표인 걸까?

 

사실 5살 때부터 다래끼를 달고 살았다. 부모인 우리도 경험이 없어서 처음에는 금방 나을 거라는 생각으로 방치했더니 많이 딱딱해져서 시술까지 해야만 했었다. 겁을 먹어서 덜덜 떠는 그 어린아이의 몸을 꼭 붙들고 서로 엉엉 울며 보내야만 했던 시술 시간. 그런 경험의 횟수가 늘어나면서 우리는 늘 불안한 마음을 가져야만 했다.

 

의사 선생님께서도 우리가 방문하면 별로 놀라워하시지 않는다. 그저 또 올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신단다. 이제는 단골이 되어버린 약국의 약사님도 엄마인 나보다 더 안타까워하시며, 갈 때마다 따뜻한 위로를 말없이 건네주신다.

 

“이런 거 좋아할 나이는 이제 아니겠지만, 뭔가 위로해 주고 싶어서…”라고 말하며 조용히 딸에게 귀여운 뽀로로 사탕을 따뜻한 눈빛과 함께 수줍게 내미신다. 다행히 아이는 행복한 얼굴로 사탕을 받아 들고는 바로 입에 넣어 오물거리며 우울했던 마음을 달래는 듯하다.

 

임신했을 때 몸에 좋지 않은 것을 많이 먹어서 그럴까?

아니면 먹는 것을 잘 신경 써주지 못해서일까?

 

대신 아파줄 수 없기에 아이가 아픈 것이 모두 엄마 잘못인 것만 같아서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가슴을 쿵쿵 쳐본다.

 

그러다 문득 오늘 새벽에 읽었던 책 한 구절이 떠올랐다.

 

“인생이 이왕이면 행복으로 가득 차면 좋겠지만, 괴로움 없는 인생은 없다.

괴로움은 어쩌면 행복의 그림자일지 모른다.” 

-인생은 실전이다. 신영준/주언규 -

 

돌이켜보면 가족 간의 소통 불화로 답답함의 늪에 빠져 있을 때, 무슨 말이든 끄덕이며 경청해 주던 신랑을 만나 그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가끔은 이 사람을 만나려고 내가 그때 마음이 그렇게 힘들었었나 생각해 본 적도 있다. 세계 모든 사람들을 공포로 떨게 했던 코로나로 인해 생계의 위협까지 느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던 그때, 나는 온라인 세상을 만나며 현재 제2의 인생을 살게 되었다.

 

괴로움 속에서 눈물만 흘리며 가슴만 치고 있을 필요는 없다. 그 원인을 바라보는 관점만 달리한다면, 문제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대수롭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 수 있다.

 

이런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뒤로 한 채, 집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잠든 아이를 보며 들리지 않게 속삭였다.

‘그래도 지금까지, 크게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본 적은 없잖아.’

 

잦은 다래끼는 어쩌면 예쁜 얼굴을 자주 들여다보지 않는 자신에게 관심을 좀 가져달라는 내면 속 자아의 투정이지 않았을까? 체질적으로 오랫동안 관리를 해야만 한다면 그 부분을 밉게만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쁘다고 토닥토닥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미운 부분이 사랑스럽게 변해갈 수 있다.

 

생활에 바빠서 아이들 생각을 해 볼 수 없었던 나에게 이러한 소소한 일들은 그들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만들어 주었다.

 

“OO아, 집에 다 왔어. 네가 좋아하는 뱅쇼를 사서 집에 갈까? 뱅쇼가 유럽에서는 감기 걸렸을 때 먹는 약처럼 집에서 자주 먹는대. 우리는 다래끼의 염증에 도움이 되도록 자주 먹어 볼까? 겨울 방학 때는 엄마랑 같이 집에서 직접 만들어 보자.”

 

좋아하는 것을 먹게 되어서인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이 운 좋게도 염증에 좋다는 것에 기쁜 것인지 헤벌쭉 미소를 지어 보이는 아이. 그런 딸을 꿀 떨어지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엄마라는 이름의 나.

 

행복은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힘든 일이 있어도 다른 것에 금방 웃음 지을 수 있는 이런 마음이면 족할 것 같다.

 

아이의 다래끼처럼 우리네 인생에도 자꾸 도돌이표로 찾아오는 일들이 분명 생기게 된다. 살면서 괴로운 일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때마다 우울해하기보다는 외면하지 말고 도리어 더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만들어 보자. 그 반복 속에서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감사하는 마음을 키워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살고 있는 거라고 나는 믿는다.

 


 

 

박춘이 작가

 

◆ 약력

· 공투맘의 북랜드 온라인 커뮤니티 대표

· 행복학교 자문위원

· 작가

· 온라인 리더 전문 교육 강사

· 2025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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