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말해주세요
당신은 어떤가요?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인가요? 사랑하는 방식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자연스럽게 스킨십으로 마음을 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깊이 사랑하면서도 그 마음을 조용히 간직해두는 사람도 있지요. 그렇다면 사랑을 표현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다줄까요?
가을 오후, 친구와의 진솔한 대화
깊어가는 가을 정취가 느껴지는 오늘,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특별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야외 테라스가 아름다운 카페에서 만난 우리는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소중한 이야기들을 펼쳐놓으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대화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친구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마음 깊은 곳에 담아둔 고민을 조심스럽게 꺼내놓기 시작했습니다.
길에서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걷는 부부를 볼 때마다 친구는 마음 한편이 부러웠다고 합니다. 천성적으로 애정표현이 자연스러운 그녀는 남편에게 "사랑해"라는 말과 함께 일상 속 작은 스킨십을 시도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남편은 어색해하며 그녀를 살짝 밀어내곤 한다는 것입니다.
친구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아도, 남편은 잠깐 이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이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 버린다고 했습니다. 그런 순간들이 반복될 때마다 마음이 상하고 자존감까지 흔들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서운함이 조금씩 쌓여가면서 '이 사람이 정말 나를 사랑하는 걸까?'라는 의문까지 생겨난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표현이 꼭 필요한 이유
일상 속 다정한 신체 접촉이 옥시토신(사랑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호르몬) 분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Schneider et al. 2023, Psychoneuroendocrinology)가 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신체 접촉이 자주 있을수록 옥시토신 수치가 안정적으로 높게 유지되었고,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심리적 안정감이 크게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포옹이나 손잡기 같은 소소한 신체 접촉도 우리 몸의 심혈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혈압과 심박수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이런 치유적 효과는 단순히 신체적 접촉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진심 어린 정서적 지지와 깊은 경청에서도 같은 힘이 발휘되지요. 누구나 힘들고 지칠 때가 있습니다. 그런 순간 사랑하는 사람이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마음을 다해 들어준다면, 무거웠던 마음의 짐이 놀라울 정도로 가벼워집니다. 이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자연스럽게 감소하면서 불안과 우울감이 줄어들고, 마음의 평안을 되찾게 되는 것입니다.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깊은 사랑이 있어도 그것을 표현하지 않는다면 상대방은 그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없습니다. 그로 인해 생긴 작은 오해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두 사람 사이의 소중한 관계를 멀어지게 만들 수도 있지요.
부부관계와 사랑에 관한 연구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존 가트맨(John Gottman) 박사의 말이 떠오릅니다.
"사랑한다는 감정만으로는 관계가 지속되지 않는다.
일상 속에서 작은 말과 행동으로 사랑을 표현할 때 관계가 깊어진다"
— 존 가트맨
작은 용기로 시작하는 사랑의 표현
오늘부터 사랑을 표현하는 작은 용기를 내어보면 어떨까요? 누군가 "사랑해"라고 말할 때, 조금 부끄럽더라도 "나도"라고 대답해보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쑥스러울지 모르지만, 용기를 내어 계속 표현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사랑의 언어'를 구사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 다정하게 손을 잡아주는 것은 단순한 신체적 접촉을 넘어서 두 사람의 마음을 더욱 단단하게 연결해주는 소중한 다리가 됩니다. "고마워", "사랑해"라고 건네는 짧은 한 마디는 듣는 사람의 마음뿐만 아니라 몸의 건강에도 놀라운 치유의 힘을 전해주는 특별한 언어입니다.
사랑하기 좋은 계절,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우리의 마음을 아낌없이 표현해보면 어떨까요? 두 사람 사이의 따뜻한 친밀감이 건강하고 행복한 관계의 튼튼한 기초가 되어줄 것입니다.
정영희 작가
· 대한적십자사 혈액원 간호사
· 혈액관리본부 직무교육강사
· 2025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 최경규의 행복학교 자문위원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