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메일 잘 쓰기 3: 이해가 잘되는 단어 선택하기

  • 등록 2025.09.16 19: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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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메일 잘 쓰기 3: 이해가 잘되는 단어 선택하기


‘(업무) 메일 잘 쓰기’ 셋째 시간이 돌아왔다. 뜨거웠던 여름을 돌아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차분하게 글쓰기 능력을 한층 높이는 시간을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

 

(업무) 메일 쓰기도 공적 의사소통을 위한 글쓰기의 하나로서, 표기·표현 지침의 두 가지 축이 적용된다. 두 가지 축이란 바로 ‘정확성’‘소통성’이다. ‘정확성’에는 맞춤법, 의미에 맞는 단어 선택, 문법에 맞는 문장 구성 등이 있고, ‘소통성’에는 차별적·고압적 표현 지양이나 이해하기 쉬운 단어 선택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번 시간에는 지난 시간 말미에서 예고한 대로 ‘소통성-용이성 추구’ 차원에서 ‘낯선 단어보다 이해하기 쉬운 익숙한 단어 쓰기’에 대해 살펴본다.

 

지난주 문서 작성 강의에서, 어떤 분이 자신이 받은 글에 ‘적의 조치’라는 말이 쓰여 있었는데, ‘적의’가 익숙지 않은 단어였다면서 이런 말을 써야 하나 하며 질문을 했다.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공적인 글에 ‘적의 조치하시기 바랍니다.’처럼 ‘적의’라는 말이 많이 쓰였다. 요즘은 ‘적의 조치하다’보다는 ‘알맞게/적절하게/-에 따라 조치하다’ 같은 표현이 더 많이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적의’보다 더 나은 표현이 있음을 설명하는 데에, ‘적의’는 부사가 아니므로 ‘조치하다’ 같은 용언을 수식할 수 없고, ‘적의(適宜)’는 어근으로서 ‘적의하다’로 쓰이지 홀로 쓰이지 않는다는 등등의 문법 설명도 할 수 있지만, 이보다는 ‘적의’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단어는 아니어서 이해도가 낮은 단어라는 점, 익숙하고 이해가 잘되는 말로 충분히 바꾸어 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메일에 ‘유선상으로 안내해 드린 것처럼’이라는 말도 많이 쓰이는데, ‘유선상’의 의미가 무엇이냐를 묻는 경우도 있었다. 사전을 찾아보면야 단어 뜻을 알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이 단어가 한눈에 이해가 안되는 말이기 때문에 질문했으리라는 점에 초점을 두고 보자. 일단, ‘유선상’의 뜻은 무엇일까? ‘유선상(有線上)’은 사전에 ‘전선에 의한 통신 방식의 측면’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전선에 의한 통신’의 범위가 어디까지일지 분명하지 않은데, 이 말이 쓰이는 맥락으로 짐작해 보자면, ‘전화로’ 무언가를 말했다고 할 때에 ‘유선상’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유선상으로’보다는 ‘전화로’를 쓰면 되지 않을까? ‘지난번에 전화로 안내해 드린 것처럼’으로 말이다.

 

(업무) 메일을 쓸 때, 편안하고 익숙하게 써 오던 말을, 굳이 덜 편안하고 덜 익숙하고 딱딱한 느낌을 주는 한자어로 바꾸어 써야 한다, 내지는 그런 한자어를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면 메일을 쓰는 사람 스스로가 그 부담(짐)을 지게 된다. 쓰는 이도 편하고, 읽는 이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이야말로 흔히 하는 말로 ‘있어 보이는’ 표현이라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이해하기 쉬워 분명한 표현을 쓰겠다고 생각한 뒤에 바로 뒤따라오는 것은 ‘그럼 어떤 말로 바꾸면 좋을까?’이다.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회의에서 ⇨ 이번 회의에서

문제입니다. ⇨ 꼭 필요하고 중요한 문제입니다.

⇨ 늘 있지만, 언제나 존재하지만

바와 같이 ⇨ 위에 적은 바와 같이, 위 내용과 같이, 위와 같이

⇨ (서로) 다르며

⇨ 쉽게

제고하기 위하여 ⇨ 높이기 위하여

⇨ 제때에, 알맞은 때에

 

⇨ 분과, 부문, 부분

⇨ 대상은, 목표는

를 구성하여 ⇨ 전담팀(전담 조직)을 구성하여, 특별팀을 만들어

구축하고 ⇨ 기반(기반 시설)을 구축하고, 기반(기반 시설)을 마련하고

 

위 예들을 보면 알 수 있지만, 한자어뿐 아니라 외국어, 외래어도 원활한 소통을 위해 바꾸어 써야 할 대상이다. 특히 외국어나 외래어는 여러 맥락에서 쓰이는 경우가 있어, 그 단어만 가지고는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거버넌스’라는 말이 종종 눈에 띄는데, 이 말은 ‘정책’, ‘행정’, ‘관리’, ‘민관 협력’, ‘협치’ 등과 같은 여러 의미를 나타내는 맥락에서 등장한다. 이처럼 여러 맥락에서 쓰일 수 있는 말이란 그 단어만으로는 정확한 의미를 나타낼 수 없는 말이라는 의미와 같다. 즉, ‘거버넌스’라고 하면, 앞에 제시한 다섯 개 의미 중에서 무엇을 가리키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는 표현이 될 여지가 크다. ‘민관 협력’의 뜻을 나타내고자 한다면 ‘거버넌스’가 아니라 ‘민관 협력’이라고 하면 된다. 종종 볼 수 있는 ‘마스터플랜’도 ‘기본 계획’이나 ‘종합 계획’으로 쓰면 된다. ‘기본 계획’과 ‘종합 계획’은 의미도 다를뿐더러 이를 ‘마스터플랜’으로 뭉뚱그려 쓰면 정확하지 않다. 무엇보다 ‘마스터플랜’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어려운 말이다.

 

맞춤법이나 문법처럼 맞고 틀림을 따지는 문제는 어떤 점에서는 오히려 어려움이 없다. 틀린 표기, 표현이라고 하면 주저하지 않고 맞는 표현으로 바꾸어 쓰니까 말이다. 그런데 오늘의 주제인 ‘용이성 추구 차원에서 낯선 단어보다 이해하기 쉬운 익숙한 단어 쓰기’의 문제는 사실상 우리에게 애매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어려운 한자어나 외국어, 외래어라고? 하지만 틀리지는 않잖아? 그렇게들 많이 쓰는데....’ 하면서 표현을 바꾸는 일이 머뭇거려질 수 있다. 하지만 단언컨대, 정확하게 쓰기만큼 쉽게 쓰기는 중요하다. 메일을 비롯한 소통 매체나 경로가 다양해져서 ‘공공성(公共性)*’이 커져 가는 오늘날, 어려운 말 때문에 소통이 단절되는 쪽 말고 쉬운 말로 소통이 잘되는 쪽을 선택하려는 태도야말로 우리 모두를 위한 이상적인 선택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공공성: 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일반 사회 구성원 전체에 두루 관련되는 성질

 

앞으로 소통성 차원에서 더 나은 표현을 하고자 더욱 힘쓸 분들에게 도움을 주는 누리집(홈페이지)이 있어 소개한다. 국립국어원 누리집으로 들어가면 공공언어 개선-다듬은 말*을 볼 수 있는데, 여기에서 공식적으로 가져다 쓸 수 있는 다듬은 말을 많이 볼 수 있다. 어렵고 낯선 한자어, 외래어, 외국어 등 우리의 소통을 가로막는 표현들을 더 나은 표현으로 바꾸어 쓰는 데에 도움을 주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여기에 실려 있는 정보들은 지금까지 ‘정확성’을 열심히 실현해 왔을 여러분들에게 ‘소통성’까지 실현할 수 있게 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국립국어원 누리집 공공언어 개선-다듬은 말 https://www.korean.go.kr/front/imprv/refineList.do?mn_id=158

 

여러분들의 노력으로, (업무) 메일을 비롯한 공적 의사소통 글쓰기에서 표기·표현 가치의 두 축인 ‘정확성’과 ‘소통성’을 두루 갖출 수 있게 되리라 믿으며, 다음 글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한다.

 


 

▲ 이수연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 상담연구원)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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