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칼국수
서문시장을 경유하는 버스 안은 사람들로 혼잡했다,
마침 빈 좌석이 나와서 자리를 잡고 앉아 창밖을 바라본다.
승용차로 다니면서 볼 수 없었던 내가 사는 마을 풍경들을 바라보며 버스의 묘미를 느낀다.
‘환승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버스 카드 단말기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슬쩍슬쩍 손님들을 바라본다.
‘사랑합니다’ 카드 단말기 인사말에 고개를 들었다.
80대쯤 보이는 할머니가 타신다….
휘청하는 할머니 뒤로 ‘할머니 손잡이 잡으세요. 넘어지면 큰일 납니다’
기사님의 친절한 목소리를 들으며 할머니에게 자리를 내어드리고 손잡이를 잡고 일어났다. 반만 보이는 버스 밖 풍경들을 보며 버스와 동행한다.
문득 오래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번 정류장은 황금시장입니다’ 안내방송이 들렸다. 들고 있던 휴대전화에 눈을 떼고 버스에 올라오는 손님들의 모습들을 슬쩍슬쩍 바라보며 다시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올라오시는 버스 손님은 80대 정도로 보이는 할머니였다. ‘차비 받으세요’라고 하며 할머니는 만 원짜리 지폐를 내밀었다. ‘거스름돈이 없어서 못 받아요. 그러니 차에서 내리세요‘ 기사님이 말씀하셨다. 현금뿐이라고 애원하는 할머니, 버스 시간 맞춰야 한다고 성질을 부리는 기사님 때문에 버스 안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약속 시각이 늦을까 봐 염려되는 손님은 그냥 출발하라고 아우성이었다. 또 어떤 사람은 할머니에게 빨리 내리라고 기사님을 거들었다.
어떻게 할까? 도와드릴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며 기사님께 조심스레 여쭤보았다.
“그냥 태워주시면 안 될까요?”
나의 부탁은 들은 척 마는 척 무조건 빨리 내리라고 할머니에게 소리를 질렀다.
안절부절 하시는 할머니가 진땀이 나는지 이마를 쓸어내리시며 내리려고 하셨다.
그 모습에 화가 났다. ‘좀 봐주시지’ 기사님을 원망하면서 카드를 꺼내 단말기에 갖다 대고 할머니 손을 잡고 돌아서는데 자리가 없었다. 노약자라고 적힌 자리에 40대쯤 되어 보이는 여자분이 앉아 있었다. 자리 좀 양보 해주시면 안 될까요? 라고 했더니 실눈을 뜨고 귀찮다는 듯 쳐다보다 다시 눈을 감는다.
“여기는 노약자석이에요. 일어나세요, “저는 큰소리를 냈다.
할머니는 괜찮다며 자꾸 말리시지만, 끝까지 자리에서 일어나게 하고 할머니를 앉게 해드렸다. ‘늙으면 죽어야 하는데 죽지도 못하고 집에만 있으려니 답답하고 그래서 시장에 이것저것 살 것도 있고 해서 나왔는데….’ 할머니는 속이 상하신 지 눈물을 훔치셨다.
할머니의 넋두리에 왠지 모를 눈물이 났다. 저도 서문시장에서 내려요. 같이 내리시면 되어요. 그제야 할머니는 안심이 되는지 창밖을 보고 계셨다.
‘이번 정류장은 서문시장입니다.’
안내방송을 듣고 할머니 손을 잡고 버스에서 내렸다.
”할머니 저랑 같이 국수 드실래요?“
할머니 손을 잡고 노점상에 앉았다. 손칼국수 두 그릇을 시켜놓고 우리는 처음 만났지만, 엄마 얘기 자식 얘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로 정을 나누었다.
각각의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를 꺼내고 서로 계산하려고 실랑이를 벌였다.
고마움을 표현하려는 할머니 마음을 알았는지 주인아주머니는 할머니 돈을 받았다.
인심 좋은 주인아주머니께서 할머니께 마른 칼국수 한 봉지를 건네주셨다.
‘집에 가셔서 다시 물에 맛있게 끓여 드세요’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너무 정겨웠다.
나는 옆집 찹쌀 도넛을 한 봉지 싸서 “할머니 심심할 때 드세요”라고 하고 드렸다. 엄마 생각에 손을 꼭 잡아드렸다.
할머니는 고맙다고 고맙다고 하시며 연신 인사를 하셨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현금 없는 버스가 되어 카드 없이는 버스를 탈 수 없는 세상이 되었고 노약자석 이름도 교통약자석으로 바뀌었다.
어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재래시장도 많이 변했다. AI, 쳇GPT 시대가 왔다. 앞으로 더 많이 기계화되어가겠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기계화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빠르게 변해 가는 세상에 흡수되어 잘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칼국수 한 그릇을 시켜놓고 생각에 잠긴다.
그때의 할머니를…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과 사랑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늘의 수많은 별이 모여서 아름다운 은하수를 만드는 것처럼….
◆ 약력
· 행정안전부 보건안전강사
·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강사
· 행정안전부 일상생활안전강사
· 행정안전부 교통안전강사, 의료관리자, CS, 리더십 강사
· 2025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대한민국교육신문]